미얀마 - 인천~방콕 (2011)

2014.07.11 19:44

태사랑 ( http://www.thailove.net ) 에 게시하였던 여행기를 옮겨옵니다. 





여행을 마음먹고, 항공권을 검색해 본다. 양곤까지 직항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잠시 당황한다. 그정도로 아무런 사전정보가 없다.. 

어떻게 가는게 좋을까? 백수라 돈없는데..... 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인터파크, 투어익스프레스, 땡처리... 여러군데 홈페이지를 전전하고, 저가로 뜬 항공권이 얼마나 있는지 검색해 보고, 인천-방콕, 방콕-양곤 항공권을 따로 구매하기로 한다.. 

중국경유편도 있었지만, 방콕경유를 결정한 이유는 단 하나. 색소폰이라는 라이브바에 들리기 위해서다. 

일정을 짜면서, 특별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몇편의 여행기를 읽어보고, 친구에게 조언을 얻고, 서점에서 가이드북 한번 쭈욱 훑어보고.... 대충 일주일은 짧고, 열흘좀 넘을정도 시간이면 그래도 괜찮겠구나 싶다. 
에어아시아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일자별 항공권을 검색해 본다. 일자별, 요일별로 항공권 금액이 차이가 좀 난다. 달력을 펴놓고, 일자별 항공금액을 적어본다. 그리고, 잠깐동안의 고민 끝에.... 여행 기간이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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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21일 - 검색끝에 인천-방콕간 티웨이 항공 예약 (tax포함 45만원) , 방콕-양곤간 air asia 예약 (tax포함 15만원가량) 
11월 7일 인천 - 방콕 
11월 8일 방콕 - 양곤 
11월 21일 양곤 - 방콕 
11월 24일 방콕 -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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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하고있는 밴드 사람들과 음악만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동안, 미얀마에 대한 공부라도 조금 했었으면 좋으련만 이상하게 이번 여행은 새로운 나라에 가면서도 무었인가 알아보고 싶은 의욕도 별로 들지 않는다. . 

기껏..... 여행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고맙게 따라다녔던 주제에, 그냥 되는데로 부딛히면서 겪으면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과 이해할 수 없는 자만심.... 다행히도 친절하고 순수한 미얀마 사람들과, 여행하면서 만난 친절한 동료들 덕에 별 사고없이 즐거운 여행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다녀와서 생각해 보면 어느새 잃어버린 새로운 곳과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겸손함을 다시 찾아야 겠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그렇게... 준비없이, 하는 일 없이 시간은 흘렀다. 


2011년 11월 4일 
여행 계획 다 세워놓고, 비행기까지 다 예매해 놓았으면서도, 아직 가족들에게는 여행간다는 얘기조차 하지 않았다. 
갑자기 백수가 되서, 티는 안내고 계시지만 걱정하고 계시는게 뻔히 보이는 어머니께 아들이 태평스럽게 여행가겠다고 말씀드리는게 못내 죄송해서,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출발날자는 코앞...... 
조심스럽게 말씀드린다. 

"어머니... 저... 여행좀 다녀올께요." 

갑자기 냉랭해 지는 공기....... 
아무 말씀 없으시더니, 방으로 들어가신다. 

'아...... 이거 참...... --;' 

그렇게 냉랭하고 서늘하게 하루가 가고, 다음날 조심스럽게 아양을 떨어본다. 

"친구가 여행사에 있는데, 태국 홍수에 비행기표 취소가 많아서 싸게 나온 티켓이 있어서 싸게 갔다올게요. 태국은 하도 자주가고, 홍수도 나고 그래서 이번에는 그 옆나라 다녀올건데, 아마 연락이 좀 안될수도 있어요. 그러니 너무 걱정마시고....." 

그렇게 오랜 설득과 아양끝에 어렵게 여행 허락을 받아낸다. 

서른을 훌쩍 넘겨서, 몇년이면 다시 앞자리가 바뀔만한 나이의 아들인데도, 아직도 모든게 걱정되시나보다. 그게 어머니의 마음이겠지.... 괜히 가슴 한켠이 무겁다. 
그렇게... 여행이 시작된다. 


2011년 11월 7일 
예정된 T-way 항공이 취소가 되어서 진에어를 타고 가게 되었다. 방콕 홍수때문일까...... 비행기에 사람이 별로 없다. 한국인은 몇명 안되고, 대부분이 태국인... 거기에 사람도 별로 없어서 지금까지 수십번 비행기를 타고다녔으면서도 처음으로 누워서 비행기를 타본다. 
비행기가 3+3 구조의 비행기라 다리를 쭈욱 펴고 눕지는 못했지만 이게 어딘가 싶다. 

비행기는...... 깜깜해진 밤하늘을 날아서 방콕에 도착한다. 도착하니 현지시간으로 대략 10시...... 아이폰이라 그냥 오면 자동로밍 되는줄 알았는데, 로밍이 안된다. 부랴부랴 태국에서 늘 쓰는 오래된 노키아 전화기를 찾아서 요금을 충전하고 집에 전화를 드린다. 

도착부터 뭔가 삐걱거린다. 이거...... 시작이 좋지 않다. 

내일 양곤으로 가는 airasia 비행기가 아침 8시에 출발하는 터라, 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백수주제에 숙박비도 아끼고 좋지뭐.. 이렇게 생각하고 여정을 짰는데, 내심 첫 공항노숙이라 조금 걱정되기도 한다. 

밤을 보내야 하니 좀 든든하게 먹자 싶어서 공항 3층 식당가를 한바퀴 돌아본다. 먹을만한 메뉴를 고민하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건다. 

"저... 한국분이세요?" 

고개를 돌려보니, 내 나이또래쯤 되보이는... 아니, 나보다 좀 어려보이는 남자가 내게 말을 건넨다. 

"초면에 죄송한데요, 제가 여기서 도둑을 맞아서, 돈이 한푼도 없는데 밥좀 사주시면 안될까요?" 

갑자기, 몇년전 라오스 여행할 때가 생각이 난다. 카메라에 노트북에, 갖고있던 비상금 조금까지 싸그리 도둑맞아서 고생하고, 또 연달아 치앙마이에서 숙소에 도둑들어서 고생했던 생각에 그냥 가슴이 짠 하다. 

"그러시죠. 안그래도 저도 배고파서 밥먹을까 했는데...... 일본라면 괜찮으세요?" 

딱히 라면이 먹고싶지는 않았다. 그냥 눈앞에 라면집이 있었을 뿐.... 그리고 음식을 주문한다. 

"어쩌다가 사고당하셨어요. 대사관 별 도움 안되지만 연락은 해보셨어요?" 

"방콕 북부에서 의료봉사 하고있었는데, 카메라랑 여권이랑 돈이랑 같이넣어논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렸네요. 카오산에 있었는데 공항쪽에 가보면 한국사람 많아서 도움 받기 쉬울거라고......" 

그래.... 힘든 일 당했다는데, 믿어줘야겠지. 일단 밥부터 먹이면서 생각해 보자. 

"네.. 그러셨군요. 일단 식사부터 하세요. 음.... 전 이걸로 할건데.... " 

"저.. 여권 재발급 하고 항공권 변경하는데 150$정도가 든다던데요, 혹시 좀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 제 전화번호는... 구요, 제 은행 잔고도 확인해 드릴 수 있구요........ 신촌쪽에 있는 한방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한국 들어가면 돈은 바로 보내드릴께요." 

"한국에서 연락하고 송금 받으실 곳은 없구요? 카오산 람부뜨리쪽에 한국분들이 하는 여행사 있는데, 거기 통해서 도움을 받아보시는건 어떨까요?" 

"제가 자주가던 식당이 있어서 부탁해봤는데...#$$!$#$" 

사정은 참 딱한데, 이상하게 믿음이 안간다. 사실 150$.... 크다면 큰 돈이고, 별것 아닌 돈이라면 별것 아닌 돈인데, 마음속으로 고민이 된다. 

"일단 드시면서 방법을 좀 찾아보죠." 

밥을 먹으면서 생각해 본다. 이 사람이 하는 얘기가 진실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람 말대로 나중에 한국에서 돌려 받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뭔가 거짓이 섞였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기서 그냥 밥만 먹이고 무시할까? 도움을 줄까? 내가 이사람의 상황이면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까? ....... 
나라면, 람부뜨리에 있는 한국인 여행사들 중에 한군데에 가서, 그곳에 사정을 말 하고, 집에 연락을 해서, 여행사의 예금계좌를 통해 송금을 받고 일을 처리하지 않을까 싶었따. 

자... 그럼 내가 이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었일까? 

"저... 제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카오산 근처에 있는 한국인 여행사 같은데 도움을 받는게 가장 좋을것 같아요. 제가 여행경비가 충분치 않고, 카드도 쓸 수 없는곳으로 가니 150$을 도와드리기는 힘들것 같구요, 그 대신 카오산까지 가시고 간단하게 쓸 정도의 돈만 좀 보태드릴께요." 이러면서 500바트를 건넨다. 

"아.. 네....... 이정도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밥값을 계산하고 나오는데 마음이 무겁다. 

'조금이나마 도와주긴 했지만, 그리고 이게 속는것 같기는 하지만...... 나중에 짐처럼 따라붙을 왠지모를 미안함과 죄책감과 바꾸는 댓가쯤으로 생각하자. 혹시나 사기당한거면 그래도 큰 손해는 아니고, 사기가 아니더라도 돌파구를 찾을 작은 길이나마 마련해 준것 아닌가.... ' 

왠지 얼굴 더 마주치고 그러면 어색하고 그럴 것 같아서, 4층으로 올라온다. 한쪽 끝편... 우체국과 편의점이 있는 쪽 벤치에 누워서 책을 보며 잠을 청해본다. 

책을 본다. 

책을 본다. 

책을 본다. 


아.... 젠장. 춥다. 

철재 벤치에서 냉기가 올라온다. 역시 노숙은 젊을때나 하는건가보다.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따뜻한 곳을 찾는다. 

그리고, 2층 에스컬레이터 옆 벤치의 푹신한 쿠션위에 몸을 눕힌다. 

이번 여행의 첫날밤.... 참 길다. 




KimSunSik TRAVEL PHOTO/MYANMAR , , , 아시아 미얀마 | 양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