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 바간 이모저모, 인레

2014.07.12 21:47



2011.11.14
어제, 너무나도 편안하고 즐겁고 잊기싫은 밤이 지나고, 아침을 숙취와 함께 맞는다.

20대의 친구들과 이야기 하고 있으면, 어느새 나도 그들과 같은나이로 돌아간것 같아서 즐겁기는 한데, 역시 몸이 안따라 주기 시작한다.

원래 계획은 이 근처 뽀빠산에 다녀오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하면서 너무 열심히 돌아다니는것 같아서, 오늘 뽀빠산은 취소하기로 한다. 보통 여행오면, 이것저것 안하고 한 동네에서 며칠씩 있으면서 편하게 어슬렁거리고, 분위기 괜찮은 라이브 바라도 있으면 몇일이건 저녁마다 거기에 출근도장 찍으면서 친구들 사귀고, 음악듣고 그러면서 지냈는데, 이번 미얀마는 너무 바빴다.

다행히 조식 시간에 늦지않게 일어나서 방을 나서는데, 방문을 여니 쪽지가 한장 떨어진다. 어제 마차투어를 같이했던 친구가, 오늘 비행기를 타고 인레쪽으로 먼저 가는터라 인사못하고 간다고 짧은 글을 남겼다. 작은 쪽지한장에 아침이 산뜻하다. 아무것도 해준것 없었는데 생각지 못했던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오늘 간다고 들었으면서도, 쪽지한장 준비하지 못했던게 못내 미안하다.

식당으로 올라가니, 난향의 사장님께서 식사를 하고 계신다. 사모님 번거롭게 하는게 싫으셔서, 아침은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간단하게 드시곤 하신단다. 인사를 드리고, 식사를 하고 있으니 어제의 자매들이 올라온다. 이친구들도, 오늘 특별하게 하는 일 없이 오전은 쉬고, 오후에 자전거 빌려서 어제 좋았던 사원에 다시 한번 다녀올 계획이란다.

원래는 오늘 인레로 갈 예정이었는데, 마침 내가 내일 인레로 이동할거라고 하니 선뜻 일정을 바꿔준다. 괜히 하루의 여행일정을 빚진것 같아 미안하다. 그래도, 바쁘게 다녔던 동네보다, 할일없이 뒹굴거렸던 동네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얘기를 해 본다. (뭐..... 순전히 내 경험이니 웃기지 말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내일 새벽에 인레로 떠나기로 한 터라 하루치의 방값이 아깝다. 일충에 묵은 자매들에게 체크아웃 하라고 하고, 내일 새벽출발까지 방을 쉐어하기로 한다. 새벽에 출발이라 편하게 자기도 애매할 시간이고, 긴 이동이라 차에서 편하게 자려면 밤을 새고 버스를 타는게 나을듯도 하니 별 불편함도 없을듯 하다.

방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보고 놀다가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지나가며 본 후지식당에서 이것저것 시킨다.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맛.. 그리 나쁘지는 않다.

점심을 먹고 시장까지 걷는다. 느긋한 산책에 기분이 좋다. 두 자매들은 어제 시장다니다가 사먹었던 파파야가 먹고싶다며 가게에서 파파야를 하나 사고, 한번도 코코넛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말에 코코넛을 찾는다. 이 자매들은 코코넛이 신기한지 참 즐겁개 마신다.

숙소로 돌아와서 좀 쉰다. 자매들은 어제의 일몰이 너무 좋았다고 자전거를 빌려서 다시 올드바간으로 가고, 나는 책을 좀 보다가 잠깐 눈을 붙인다.

낮잠을 자고, 영화한편 보고 책도 보면서 뒹굴거린다. 오랜만에 뒹굴거리니 참 편하고 좋다. 거기에 조용한 게스트하우스에 에어컨도 있으니, 이렇게 하루쯤은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훌륭하다 싶다. 이 자매들 만나서 같이 저녁먹으러 가야겠다 싶어서 기다리는데, 시간이 살짝 늦었는데도 돌아오지를 않는다. 밤이 되면 가로등도 없이 어두운 동네가 되어서, 혹시 몰라서 랜턴을 빌려주긴 했는데도, 조금 걱정이 된다.

혹시 연락온것 없나 궁금해서 내려가는데, 자매들이 즐겁게 웃으며 계단을 올라온다. 어제 갔던 식당에서 다시 저녁을 먹고, 난향에 들러서 염주를 하나 산다. 그간 주신 친절함이 너무 고마워서 다시 뵙겠다는 인사를 전한다.

내일 이동을 위해서 짐을 좀 챙기고, 하루를 마무리 한다.










2011. 11.15

새벽 세시... 몇일간 나름대로 정들었던 게스트하우스와 이별할 시간이다. 1층에 내려가서 작은 로비와 연결되는 문을 조심스럽게 여니,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이 바닥에서 자고있다. 세시반에 픽업이 오기로 한 터라 지금은 나가있어야 할것 같은데, 자고 있는 직원을 깨우기가 미안하다.

조심스럽게 직원을 깨워서, 우리 체크아웃한다고 이야기하니, 부시시한 얼굴로 문을 열어준다. 몇일간 고마웠다고, 나중에 또 오겠다고 인사하고 뒤돌아서니, 비닐봉지 세개를 내민다. 내일 아침에 먹으라고, 샌드위치와 바나나를 준비해준다. 뭐... 숙박요금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새벽에 이동한다고 이렇게까지 챙겨주던 곳을 겪어보지 못한터라, 쌀쌀한 새벽인데도 마음이 따뜻하다.

세시 반이 되니 버스가 한대 온다. 인레까지 우리를 데려다 줄 버스다. 1인당 10,500짯. 12시간의 이동. 어떨지 살짝 걱정도 된다.

버스에 오르고, 잠시 있으니 사람들이 꽉 찼다. 차는 밤길을 달리고, 내 옆에는 떡벌어진 어깨와 친절하지 않은 얼굴을 하고있는 동유럽계 아가씨가 앉아있다. 아...... 이 아가씨, 동양남자라고 경계를 하는건지 영 옆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덩치는 언니가 더 건장해 보이는데, 왜 날 경계하는지..... 왠지 불안하고 마음도 몸도 안편한데 거기에 잠도 안온다.

앞자리에 앉은 자매들은, 흔들리고 삐걱거리는 버스에서도 참 잘 잔다. 예전엔 버스에서도 잘 잤는데, 요즘은 이상하게 그리 편하게 잠을 잘 못잔다. 왠지 앞에 자매들이 살짝 부럽다.

중간에 두어번, 휴게소에 들리면서 버스는 포장도로, 비포장도로를 번갈아서 달린다. 군데군데 도로포장공사를 하고 있는데, 이게 꽤 놀랍다. 순전히 사람들 손으로 도로포장을 한다. 돌을 깨서, 잘게 깬 돌을 바구니로 바닥에 옮기고, 소형 롤러로 다지고, 한쪽에서는 장작불 위에 올려진 드럼통 위에서 아스팔트를 끓이고 있고...... 수많은 먼지와 매캐한 아스팔트 냄새를 그냥 맡으며 도로 포장을 한다.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뒤엉킨다.

출발한지 열시간 정도 되었을까... 버스가 서고 사람들이 많이 내린다. 물어보니, 2박3일 트래킹의 시작이 되는 껄로란다. 자매들과 헤어질 시간.... 남은 여행 잘 하고, 트래킹 하면서 다치지 말고, 볼 수 있으면 인레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하고 헤어진다. 어느 게스트하우스에 묵을지 이야기도 하지 않았으면서, 인연이 있으면 또 보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자매들과 헤어진 후, 버스는 산을 오른다. 근데 길이 장난이 아니다. 구불구불한 산길...... 가드레일은 있을 턱이 없고, 길 옆으로는 꽤 급한 경사의 산비탈이다. 그런 길을 먼지 풀풀 풍기면서 버스가 달린다. 그런데...... 차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마치 퀼트작품을 보는듯, 파란 들판위에 붉은 황토흙과 노란 꽃밭이 너무나 아름답다.

굽이치는 산길을 돌고 돌고 돌아서, 버스에서 내린다. 내리고 나니, 인레호수가 있는 낭쉐까지는 택시를 타고 들어가야 한단다. 택시요금은 6000짯...... 버스에서 내린 사람은 일곱명인데, 여섯명이 일행이라 픽업트럭을 전세내서 자기들끼리 타고간다. 한두명만 더 있었어도 같이 쉐어할텐데, 이번에도 혼자다. 택시를 타고, 바간에서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한 밍갈라인으로 간다.

밍갈라인..... 사전정보 하나도 없이 출발하는 내가 걱정되서 중간에 이메일로 연락을 준 친구가 추천해준 게스트하우스이다. 한국인들이 많을거라고 했는데, 뭐... 아무도 없었다. 하긴, 요즘 한국사람들의 여행시즌이 아니니 그럴만 하겠다 싶다. 체크인 하는데, 카운터 옆 벽에 한글로 적혀있는 추천글들이 빼곡하다. 게스트하우스 안주인이 환영한다며 웰컴드링크를 준다. 레몬쥬스... 이거 꽤 맛있다.

짐을 대충 팽개쳐놓고 동네구경을 간다. 론지를 입고다니다 보니 주머니가 없어서 불편했는데, 길가 잡화점에 가방을 판다. 3500짯을 부르는데, 소심하게 3000짯까지 깎는다. 오후다섯시.... 시장이 있길래 들어갔는데, 거의 문닫을 시간이다. 시장구경은 포기하고 걷다보니, 인터넷카페가 나온다. 메일체크하고 메일도 한두통 보낼겸 들어간다. 그런데.... gmail 로딩하고 로그인하는데만 15분이다. 뭐... 예상은 했지만 참 오래도 걸린다. 


메일을 보내고, 동네 한두바퀴 돌아본 후에,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있는 그린칠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 그린커리에 맥주한병. 가격은 좀 비싸지만 오랜만에 좀 그럴듯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서빙하는 어려보이는 아가씨가 와서 말을 건다. 한국에서 왔다니, 자기는 F4를 좋아한다며 수줍게 인사한다. 연예인에 별 관심이 없고 TV도 거의 안보는터라 사실 그게 누군지 잘 모르지만 그냥 나도 그렇다고 이야기 하니 고맙다고 한다. 

고맙기는... 내가 더 고맙다.

이렇게, 인레의 첫 밤이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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