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 만달레이 (쉐구지 파고다, 우뻬인 다리)

2014.07.12 02:47

모또 기사에게 호텔로 데려다 달라고 한다. 아까 짐만 맡겨놓고 아직 체크인도 안했다. 좀 싼 방을 찾는다고 했는데 빈 방은 하나밖에 없다. 하루 9$. 모또 기사가 만달레이는 이틀정도만 보면 웬만한거 다 본다고 해준 말이 기억나서 이틀만 묵기로 한다. 빈 방에 가봤는데, 생각보다 꽤 괜찮다. 욕실과 화장실은 공동사용이고, 방에는 창문 두개, 1인용 침대 하나, 2인용 침대하나, 옷걸이와 테이블, 탁상용 선풍기와 벽걸이 선풍기까지 있다. 세명까지 묵어도 충분한 방을 혼자 쓴다. 9$에 이정도 시설, 거기에 아침식사까지 포함이면 훌륭하다. 

일단 짐을 풀고 다음 여행지인 바간으로 가는 교통편을 미리 예약한다. 옵션은 네가지. 비행기, 슬로우보트, 익스프레스 보트, 버스. 여행 일정도 넉넉하고, 보트여행도 괜찮겠다 싶어서 슬로우보트를 예약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요일이 조금 안맞는다. 슬로우보트 출발하는 요일은 일요일.... 오늘은 목요일.... 거기에, 슬로우보트는 14시간이나 걸리고, 그것도 새벽네시반에 출발이란다. 게스트하우스 직원이 진짜 오래걸리고 피곤할텐데 괜찮냐고 몇번이나 물어본다. 그러면서 버스를 추천한다. 11000짯. 여섯시간..... 매일 출발... 자세히 설명해 주는데 여러모로 생각해 보니 버스가 낫겠다. 처음에 여유부리다가 나중에 시간이 부족해서 고생하느니, 조금이라도 일정을 당겨보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틀후 아침에 출발하는 버스를 예약하고 침대에 오른다. 대충 두어시간 자고 밥좀 챙겨먹고 나면 두시 언저리 될것 같다. 버스에서 잠을 제대로 못자서인지 눈을 감으니 바로 잠에 빠져든다. 

두시에 보기로 했는데, 눈뜨니 세시다. 이런.... 한시간이나 기다리게 해버렸다. 잠도 덜깬 상태로, 세수도 안하고 후다닥 게스트하우스 앞으로 간다. 생각해보니, 어젯밤에 버스타고 오느라 세수도 안했는데, 꽤나 꼬질꼬질 할것같다. 이거.. 한국사람 망신시키는거 아닌가 걱정된다. 

모또기사가 나를 보더니 웃는다. 너무 푹 자버려서 약속 못지켰다고, 미안하다고 얘기하니 웃으면서 '노 프라블럼'이란다. '노 프라블럼'... 전 세계 여느 여행지에 가도 들을 수 있는 만국 공통어다. 가이드사전이라는게 만약에 있다면 첫번째로 올라가 있는 말일거다. 

한시간이나 늦었으니, 모또기사가 생각했던 투어동선에서 조금 변경을 해야겠다. 이 근처에 큰 옥 광산이 있어서 옥으로 불상 깎는것도 보여주려 했다던데, 그건 그냥 생략하고 남쪽 호숫가에 있는 사원 두어개와 티크브릿지, 그리고 일몰을 보러 가기로 한다. 아.. 사진에서 봤던데다. 오랜만에 사진이 즐거워진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서 출발했는데, 이녀석.. 갑자기 한군데 들릴데가 있다고 한다. 방콕 공항에서, 양곤 보족시장에서 뒤통수 맞았던 기억들이 살짝 떠오른다. '이녀석...... 혹시 이상한데 끌고가서 이상한거 강매하는거 아냐??' 이런 생각을 한다. 

"어디가는건데?" 
"그냥 초대하고 싶은데가 있어서 가는거야. 나 믿어도 괜찮아. 정말이야." 
"그래? 음.... 그래. 가자." 

약간의 의심을 마음속에 품고 오토바이 뒷자리에 탄채로 도시의 골목을 헤멘다. 

그러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어떤 큰 집 앞에 멈춘다. 그리고, 헬멧 벗고 따라 들어오란다. 

알고보니, 오늘은 Full Moon Day. 만달레이에 있는 오토바이 / 택시 기사들 조합에서 Full Moon Day 기념으로 자선바자회를 하는거다. 조합원들이 매달 조금씩 회비를 내고, 그걸 모아서 추첨을 하고, 1등에 당첨된 사람이 당첨금을 가지고 자선바자회를 여는거란다. 회원들의 회비를 모아서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당첨된 사람은 기분도 좋고 생색도 낼 수 있는 재미있는 전통이다. 

안그래도 늦잠을 자버린터라, 배도 고프고 했는데, 생각치도 못하게 식사를 하게 되었다. 거기에다, 행사에 찾아온 유일한 외국인이라 사람들이 이목은 모두 집중되어있고..... 이거 참.... 행동 잘못하다가 나라망신 시킬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시는 스님 한분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잘 왔다고, 어서오라고, 음식 좀 차렸으니 마음껏 먹고 가라고 웃으면서 말씀해 주신다. 갑자기, 오토바이 타고 오면서 의심먼저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진다. 여행하면서 스스로 꼭 지키고자 했던, 현지사람과 동화되서 같이 웃고 같이 이야기하자는 첫번째 다짐조차 의심과 두려움에 밀려 잊고있었나보다. 

하얀 밥과 닭고기가 잔뜩들어간 미얀마식 닭볶음탕이 준비되어 있다. 거기에 갖가지 반찬에..... 옆에는 모자라면 더 먹으라고 밥통이 통째로 있고, 옆에있는 모또 기사는 연신 이것 한번 먹어보라며 음식을 권한다. 꽤나 맛있고, 입에도 맞는다. 생각치도 못하게 괜찮은 식사를 한다. 밥을 먹고 있는데, 오른편에 앉아있는 부부중 아주머니가 뭔가 할말이 있으신가보다. 먼저 웃으면서 말을 건네니, 반가워 하시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한국에서 왔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환하게 웃으신다. 남편이 옆에서 거든다. 한국드라마 재미있어서 매일매일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본다고 한다. 주몽이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사실 한국에 있을때 티비를 거의 안보고 사는터라, 주몽의 주인공이 누군지도 모르지만, 주몽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같이 들어주니 옆에있던 모든 사람들이 뭐가 좋은지 같이 크게 웃는다. 그리고, 아주머니.... 와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나는 한게 없는데.... 그냥 초대받아서 생각치도 못한 대접을 받아서 오히려 내가 이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워 해야 하는데, 고맙다고 하신다. 그냥...... 마음이 따뜻해진다. 

식사를 마치고, 주변분들께 일일히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악수를 한다. 다들 활짝 웃어주시며 여행 잘 하라고 하신다. 생각치도 않은 선물...... 참 신기한 여행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우뻬인 다리쪽으로 향한다. 시간을 보니, 일몰은 좀 시간이 남았고 해서 가는 길에 있는 파고다에 들리기로 한다. 

30분정도 달렸나보다. 나무가 울창한 길을 달려서 멈춘곳은 쉐구지 파고다. 이 근처에 있는 파고다 중에서 위에 올라가서 전경을 관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파고다중 하나란다. 안에 들어가서 회랑을 따라 한바퀴 걸어보고, 탑에있는 계단을 오른다. 하얀색 파고다......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강렬한 모습이다. 햇살에 달궈진 계단이 따뜻하다. 
파고다 위에 올라 한바퀴를 돌아보니, 인근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사람의 눈은 간사해서, 아침에 본 만달레이 힐의 장관과 비교가 되니 그리 감동스럽지는 않다. 


파고다를 나오니 수도원이 한군데 있는데 가보겠냐고 한다. 아.. 그런데 이 수도원..... 이름이 길다. (나중에 지도에서 찾아서 이름을 적었습니다. 당시에는 듣고도 외우지 못했어요.) 게다가, 한창 증축공사를 하고 있는건지 한쪽에 와불이 있는 법당은 바닥에 시멘트 공사를 하려고 모래와 시멘트가 잔뜩 쌓여있고, 한쪽에 있는 탑들도 관리가 썩 잘 되어 있지 않다. 그래도 한가지...... 무척 개구쟁이같은 얼굴을 하고계신 커다란 부처님이 계서서 빙긋이 웃음이 나왔다. 

수도원을 나와 얼마 안가니 바로 유명한 우뻬인 다리다. 오토바이에 내리니 한 남자가 반갑게 다가온다. 알고보니 모또기사 친구다. 천천히 다리 걸어서 건넌다음에, 이친구를 찾아서 보트를 타고 강에서 일몰을 보면서 이쪽으로 다시 건너오는게 편하고 뷰도 좋다고 추천해준다. 보트 요금도 4천짯. 비싼건지는 모르겠지만 흔쾌히 하기로 한다. 


다리를 거닐며 주변을 둘러본다. 외롭게 서있는 고목도 하나가 보이고, 아래로는 노젓는 배들도 지나고, 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며 웃고 즐기고 사진을 찍는다. 신기한게 유명한 관광지인데 외국인 여행자들이 그리 많지 않다. 여기서 본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면, 여행하면서 외국 여행자들을 만난건 게스트하우스에서 본게 거의 다인것 같다. 미얀마가 아직 덜 알려진건지, 아니면 외국 여행자들의 여행 비수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신선한 경험이다. 

다리를 다 건너고 나서 두리번 거린다. 아래 보트들이 내려가 있는곳에 가서도 두리번 거리며 가이드 친구가 한다던 보트를 찾았는데 찾을 수가 없다. 고민이 된다. 음... 혹시나 잘못 알아들었나 싶어 바쁜 걸음으로 다리를 다시 건넌다. 

처음 만났던 곳까지 와서 찾아보는데도 이친구를 못찾겠다. 아.... 이쯤되니 그 친구 얼굴도 기억안난다. 선택의 시간...... 그냥 아래 선착장에서 그냥 다른 보트를 타고 일몰을 본다. 뭐 어떻게 되겠지. 에휴...... 가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이렇게 일어난다. 

배를 타고 호수로 나온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을 태운 배들이 지나간다. 손을 흔드니 다들 웃으며 같이 손을 흔들어 준다. 

다리위에서 보던 풍경과, 호수위에서 보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다행히 호수 물도 적당해서 사진에서 보았던 예쁜 풍경들이 카메라에 그대로 담긴다. 아...... 조금 괜찮은 렌즈를 가져왔으면 더 좋았을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도둑맞은 사진장비들이 아쉽다. 

호수위에서 아름다운 일몰들을 마음 가득히 감상하고, 다시 선착장으로 온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갔는데, 아무도 없다. 두리번 거리는 사이, 관광객들과, 그들을 태운 오토바이와 택시들이 밀물처럼 빠져나갔는데도 아직 안온다. 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온다. 

"너 모또기사 찾는거지? 친구들 만난다고 갔는데 금방 올거야.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봐." 
"아.. 그렇구나. 고마워. 기다려볼께." 

이렇게 기다리기를 20여분.... 드디어 이녀석 다른사람의 오토바이 뒤에 타서 싱글벙글 하면서 온다. 

그런데, 이녀석... 술이 알딸딸하다. 멀쩡한척 하긴 하는데 왠지 걱정이다. 괜찮냐고 물어보니 '노 프라블럼' 이란다. 늦었으니 어서 가자고 오히려 나를 재촉한다. 아... 미심쩍다. 그런데, 대안이 없다. 주변에 오토바이와 택시들은 이미 다들 사람들을 태우고 떠난 상태..... 

'한번 믿어볼까.....음주운전이잖아! 에이.. 참.....' 

좀 실랑이 하다가 그냥 그녀석 오토바이에 타고 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뭔 베짱이었는지..... 

위험천만한 운전을 하며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긴장된 가슴을 쓸어내리며, 내일은 뭐할건지 고민한다. 
이녀석...... 오늘은 만달레이 시내 근처를 봤으니, 내일은 인근지역을 돌아보면 좋을거란다. 밍군, 사가잉정도 보면 될거라고 하면서, 다 멋진곳이니 자기를 믿어보란다. 

믿는다고... 그 대신, 오늘 술 취한것 같은데, 조심히 들어가고 내일은 말짱한 정신으로 와서, 술마시지 않고 하루종일 날 잘 데리고 다녀달라고 다짐을 받는다. 

긴장이 풀리니 배가 고프다.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풀문데이라..... 모든 가게가 다 문을 닫았다. 배고픈데 밥먹을 곳이 없다. 물어물어 길가에 있는 인도음식파는 곳을 찾아서 배를 채운다. 시원한 맥주 한모금 생각이 간절한데 오늘은 물건너간것 같다. 

만달레이..... 참 건전한 도시다.































KimSunSik TRAVEL PHOTO/MYANMAR , , , , , , , , , , , , , , 아시아 미얀마 | 만달레이